엊그제 염장 쌈다시마에서 나온 남은 소금으로 배추 한 통을 절여두었던 것을 토요일 아침에 파티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김에 얼른 버무리기로 했다.
토요일인 오늘은 아침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확하게 두 시간 간격으로 파티 세 개를 연달아 참석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는데, 그 중에 1시에 시작하는 코난군의 벨트 세레모니에는 '노푸드, 노벨트' 라는 준엄한 규칙이 있어서 🙂 팟럭으로 음식 한 가지를 만들어 가야 했다.
마트에서 파는 유부초밥 만들기 킷트를 사다가 갓 지은 쌀밥 한 대접으로 유부초밥을 만들기로 하고, 쌀을 씻어 앉히고 나니,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얼른 김치를 버무릴 수 있겠다 싶었다.
아침부터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둘리양을 꼬드겨서 김치 양념을 함께 만들었다.
배추 한 통에 대략 고춧가루 한 공기,
지난 번에 사다가 집에서 다져놓았던 마늘 두 숟가락,
생강 다진 것도 반 숟가락,
그리고 멸치액젓 서너술, 새우젓 한 숟가락,
설탕 두어숟가락,
그리고 고춧가루가 좀 부드러워지라고 물도 반 공기 정도 부어서 30분 정도 두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많았다면 맹물 대신에 찹쌀풀을 끓여서 넣거나, 아니면 멸치육수를 만들어서 사용했겠지만, 오늘 아침은 바쁘기도 하고, 또 고작 배추 한 통으로 만드는 김치이니, 설혹 맛이 없게 만들어져도 금방 먹어치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이 모든 일은 외출 준비를 하기 전,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양치질만 하고서 시작한 것인데, 내 몰골과 둘리양의 잠옷 차림이, 지금은 사진찍을 타이밍이 아니라고 절실히 말하고 있다 🙂
게다가 나는 피로로 인해 오른쪽 턱에 뾰루지까지 돋아났는데…
할아버지 눈에는 그런 부시시한 모녀가 어지간히 예뻐보였는지, 이런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주셨다.
그래도 덕분에 오랜만에 모녀가 함께 사진에 찍혔으니, 정말 감사하구먼유, 아부지!
양념이 촉촉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절여서 헹군 배추와, 부추 한움큼을 썰어넣고 양념으로 잘 버무렸다.
마침 아침을 먹으려는 코난아범에게 갓 만든 막김치 한 접시에 참기름을 뿌려서 함께 먹으라고 내주고, 아버지께도 맛보시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하신다.
요즘 배추가 제철이라 이렇게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김치 맛이 좋은가보다 생각했다.
2015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