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

래드포드 음대 교수들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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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저녁에 우리 학교에서 음대 교수들이 총출동하는 연주회가 있었다.

코난군이 태권도와 기타 여러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음악회를 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남편과 코난군의 스케줄이 맞아서 온가족이 오랜만에 음악회를 갔다.

아름다운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이번 음악회에는 한국 교수들이 대거 나오는지라 더욱 기대가 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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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첫 순서를 마림바와 함께한 김영미 선생의 노래가 시작했고, 그 이후 피아노 전공인 이관규, 이보라 선생이 독주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협연하거나 반주하는 등 거의 매 순서마다 한국인 교수의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는 이관규 선생과 이보라 선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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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선생까지 한국인 음대 교수 삼총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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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는 정재환 선생의 부인이고, 반대쪽 끝에 서있는 사람이 경영학과 정재환 선생이다.

우리 학교에 교수로 부임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정재환 선생은 연구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서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하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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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악회에서 가장 좋았던 레파토리는 피아졸라의 Histoire du Tango 라는 곡이었다. (어림짐작으로 탱고의 역사?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기타와 플룻이 함께 연주하는 탱고 분위기의 곡이었는데, 피아졸라의 곡 대부분이 그러하듯 경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다만, 연주자의 기량이 조금 아쉬웠는데, 기타 연주는 그런대로 좋았으나 플룻은 정교함이 다소 부족했다. 

안그래도 줄 여섯개로 소리를 내는 기타의 연주는 섬세하고 화려한 반면, 플룻은 오로지 한 가지의소리만을 내야 하니 태생적으로 단순함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데, 그러면 리듬이라도 발랄하게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을, 이 날의 연주자는 기계적으로 악보를 따라가는 데에 급급한 느낌을 주며 연주를 했다.

다른 사람들의 같은 곡 연주를 들어보니 플룻이 리드하고 기타는 반주를 하는 느낌이 강한데, 음악회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Robert Trent의 기타 연주를 따로 들어보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플룻 연주자는 우리 학교 교수가 아니라 버지니아 공대 교수라고 한다.)

 

음악회를 마치고 세 분의 선생들과 우리 가족은 가까운 펍에 가서 뒷풀이를 했다.

역시나 연주자들에게서 듣는 무대 뒷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를 할 때 피아노 뚜껑을 하나는 열고 하나는 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길래 혼자 짐작으로, 뚜껑을 연 피아노가 리드를 하고 나머지 피아노는 따라가는 구성이라 그런가 하고 넘겨짚어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0bXtIWUUTw

이 동영상에서 보이듯이, 한 쪽은 아예 뚜껑을 제거한 상태였던 것이다.

객석이 무대보다 낮아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두 대의 피아노 뚜껑을 서로 마주보게 열어두면 소리가 그 안에서 왕왕거리며 뒤섞여서 엉망이 되니, 뒷쪽의 피아노 뚜껑을 비스듬히 열어서 두 대의 피아노에서 나는 소리를 객석 쪽으로 모아서 전달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한다.

두 대의 피아노를 알맞은 위치에 두어야 하는 과정에서 무대 매니저와 신경전을 벌인 이야기며…

같은 상표의 (스타인웨이 앤 선) 피아노라 하더라도 한 대 한 대 고유한 터치와 음감이 달라서 겪는 연주자만이 아는 고충…

그런 이야기를 즐겁게 들으며 야식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음식값을 지불하고 돌아왔다.

연배로 보나, 공짜 음악을 들은 덕을 생각해도 그렇고, 우리가 음식값을 내는 것이 좋았다.

이 날 찍은 사진을 다음다음날인 오늘에야 편집해서 이메일로 보내주니 모두들 고맙다고 인사한다.

즐거운 음악회, 즐거운 사람들 🙂

 

2016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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