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아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의 배경이 되어온 문화를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비교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일은 아무래도 다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날은 이웃집 아마리타네 가족과, 코난군의 학교 친구인 히로토네 가족을 초대했다.
늘 우리집에 와서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아마리타 엄마의 자존감을 존중하여 이번 모임은 팟럭으로 하기로 했다.
각자 자기 나라 음식 한 가지씩 해오기 🙂
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겉절이 김치.
작년 추수감사절에 아버지와 함께 담은 김장 김치가 몇 쪽 안남아서 아껴 먹는 중이기도 하고, 또 외국인들에게는 묵은 김치보다는 갓 담은 겉절이가 샐러드처럼 먹기에 수월할 것 같아서 오아시스 마트에서 한 포기 5달러를 주고 배추를 사서 김치를 새로 담았다.
바베큐로는 양념한 닭가슴살과 생새우를 각종 야채와 함께 꼬치에 끼워서 구웠다.
이번에는 재료를 준비할 때 꼬치의 갯수와 재료의 갯수를 미리 계산해서 준비하니 남는 재료없이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다.
외국인 대부분이 좋아하는 잡채도 만들었는데, 가히 힛트 상품이었다고 할만했다 🙂
다음은 육개장.
한국 음식은 밥과 국과 반찬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 또 초대한 손님 중에 일본인 성인이 네 명이나 있어서 국물 음식을 잘 먹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히로토군의 할아버지가 육개장이 특별히 맛있었다고 폭풍 칭찬을 하셨다 🙂
후식으로 준비했던 베리 믹스와 한국 참외는 예쁜 그릇에 담아서 준비해두었다.
아마리타 엄마가 만들어온 치킨 카레는 인도 본고장의 향과 맛이 물씬 풍기는 음식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맛있게 먹어서 거의 바닥을 보이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아마리타 엄마 술라그나는 시종일관 내 요리솜씨를 칭송하면서, 요리교실을 열면 자신이 첫번째 제자가 되겠다는 둥, 자기도 손님초대를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는 둥, 내 기분을 둥둥 띄워주는 말을 해주었다 🙂
사쿠라 보자기 안에 사쿠라 벤또 박스는 히로토 가족이 가져온 음식이다.
히로토네 아빠는 일본에서 닛산 자동차에 근무하고 있는데 버지니아 공대에 자동차 엔지니어링 관련해서 비지팅 스칼러로 와있는데, 장남인 히로토는 코난군과 같은 학교 2학년이고 동생인 아오이짱은 1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히로토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다니러 오셔서 이 날에도 자리를 함께 했다.
벤또 안에는 앙증맞은 주먹밥과 멸치조림, 단호박 조림이 한 단을 차지하고 있었고,
아랫단에는 야끼소바가 들어있었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식탁 가운데에 놓고 덜어먹도록 했다.
인도인들도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지라,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김치도 잘 먹고 육개장도 맛있게 먹었다.
일본식 잡채인 야끼소바는 둘리양이 맛있게 먹었다.
앙증맞은 주먹밥도 둘리양이 세 개나 먹었다.
다른 어린이들은 먹는 것보다 노는데 관심이 쏠려서 어른들이 식사를 시작하고도 한참이나 식탁 근처에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저녁밥을 다 먹은 어린이에게는 한국 과자 빼빼로와 마가렛트를 주겠다고 했더니 각자 원하는 음식을 덜어서 한 접시씩 비우고 후식을 즐겼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으니 어른들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이야기가 이어진다)
2016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