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학기말에다 학년말이라 축하할 일도 많고 한 학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참석해야 할 미팅도 많다.
아래 사진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이번 학년도 마지막 학과 회의에서 동료들이 가지고온 음식 사진이다.
미국사람들은 평소에 인스턴트 음식이나 사먹는 음식을 주로 많이 먹기는 하지만 이들도 역시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서 가끔 하는 팟럭 파티에서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이웃의 누구로부터 알게된 레서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볼 기회가 자주 생긴다.
야채 라자니아
칠면조 요리
브로콜리 샐러드
이건 내가 만들어간 튀김만두 🙂
바쁜 동료가 직접 만들지 못하는 대신 유명한 맛집에서 사온 마카롱
코코넛이 들어간 후식 – 파이와 흡사한 종류였다
홈메이드 초코렛
등등…
엊그제는 우리 연구실 동 사람들만 모여서 은퇴하는 바네사와 케티를 축하하는 팟럭 파티를 했었다.
우리 학과는 윗층과 아랫층으로 연구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윗층의 C윙에 속한 연구실 사람들이 서로 분야도 비슷하고 좋은 사람들이라 잘 뭉치곤 한다.
물론 나도 C윙에 연구실이 있고 이번에 은퇴하는 케티와 바네사도 나란히 이웃한 연구실이라, 학과 내에 은퇴하는 다른 교수들도 여럿 있지만, 그들과 다 함께 축하 파티는 며칠 전에 치루었고, 이번에는 우리끼리 오붓한 브런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나는 이번에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갔다.
다른 동료들도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왔고, 섀런은 전기 후라이팬을 들고와서 즉석에서 팬케익을 만들기도 했다 – 사실은, 섀런은 반죽만 하고 내가 부쳤다 🙂
아무래도 십수년차 아줌마의 부침개 솜씨가 낫지… ㅎㅎㅎ
내가 김치볶음밥을 해간 이유는 단 하나,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전날 밤에 만들어 두었다가 다음날 들고 가도 되니 바쁜 학기말에 따로 장을 보거나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만들어갈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음식이 튀김만두에 이어 또 한 번 미국인들에게 빅 힛트를 쳤다.
채식주의자를 고려해서 베이컨이나 소세지 같은 것은 넣지 않고, 너무 매울까봐 김치의 양념을 털어내고, 설탕을 조금 더해서 버터에 볶아낸 것이 무척 맛있었는지,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 지금은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 졸업식 행사 참석으로 동료들이 다 나와있다 – 바네사가 김치볶음밥의 비법을 물어보았다.
그녀의 질문은, 쌀과 김치를 함께 익힌 것이냐 하는 것이었는데, 마트에서 병에 든 김치를 파는 것을 보았다며 자기도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내게는 너무도 당연한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니, 바네사가 놀라면서 말했다.
"그러면 쌀을 따로 익힌 다음에 또 김치와 함께 요리하는 거야?"
그러고보니, 완전 처음부터 요리를 시작해야 한다면 김치볶음밥은 무척이나 공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쌀을 불려서 밥을 지어야 하고, 배추를 절여서 김치부터 담아야 하니 말이다.
내가 다시 설명을 추가했다.
그렇게 완전 생짜로 처음부터 만들면 너무나 어려운 요리이지만, 한국사람들 집에는 누구나 보온밥솥에 익힌 쌀이 있고, 김치도 냉장고에 항상 들어 있는 음식이라, 그 두가지 음식을 함께 볶는 것은 무척 간단한 조리과정이다… 라고.
김치볶음밥의 재발견이었다 🙂
2018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