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코난군 학교 견학 따라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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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름 방학까지 2주일도 채 남지 않은 코난군의 학교는 수업은 거의 마쳤고 거의 하루나 이틀 건너 한 번 꼴로 견학을 가거나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어제 수요일은 우리 동네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Natural Bridge 라는 곳으로 견학을 다녀왔다.

아무래도 학교 교실이 아닌 곳에서 스무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교사 한 명이 통제하기가 어려우니 이런 견학에는 종종 학부모 동반자를 모집하곤 한다.

시기상으로는 남편과 내가 모두 학기를 마쳤을 때라서 둘 중에 아무라도 형편이 되는 사람이 따라가기로 하고 동반자 모집 서류에 이름을 적어낸 것은 지난 4월 초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은 내가 따라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등교해서 다른 학부모 동반자들과 수다를 나누다보니 엄마들이 열 두어명 왔는데 아빠는 오직 한 명만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난군 아빠가 왔더라면 좀 뻘쭘했을 뻔 했다.

 

아침부터 아이들 도시락 준비하고 견학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또 그 와중에 아침운동도 하고 씻고 화장하고 하느라 정신없이 달렸더니 피곤해서 견학장소로 가는 한 시간 동안은 학교 버스 안에서 한숨 잘 잤다.

 

견학 장소에 도착해서는 세 개 반이 두 개 조로 나뉘어서 한 팀은 자연 다리를 먼저 보고 나머지 한팀은 동굴을 먼저 구경하게 했는데 우리가 속한 팀은 동굴 구경을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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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 지대라서 이런 – 한국의 성류굴 같은 – 석회암 동굴이 있었는데, 거대한 바위가 다리처럼 이어진 자연다리 (Natural Bridge)도 원래는 이런 동굴의 천장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부분은 다 깎여나가고 둥그런 아치모양으로 남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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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본 적 있는 루레이 동굴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재치있는 가이드가 여러 가지 설명을잘 해주어서 배울 것도 많고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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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보석을 채취하는 활동이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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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미국의 금광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흐르는 물에 흙더미를 씻어서 그 안에 숨은 보석을 골라내는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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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팀으로 배정된 코난군과 그의 학급 친구 잭은 보석찾기 활동은물론이고 하루 내내 붙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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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부모 동반자들도 2-4명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항상 인원수 확인을 하고, 위험한 일이 없도록 단속을 하거나 도시락 먹는 것을 챙겨주도록 했는데, 코난군은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아서, 자기 조가 아닌 아이들도 모두 코난군 옆에 앉아서 점심을 먹겠다며 우리 테이블로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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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친구들 중에서 알든은 이제 여름 방학이 되면 앨라배마로 이사를 가게 된다.

부모님의 직장을 따라 멀리 이사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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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자연다리를 구경할 차례였는데, 이 때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말고 다른 팀은 운좋게도 비가 안오는 동안에 다리 구경을 하고 비가 내릴 때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비를 맞지 않았지만, 우리 팀은 그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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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공원 관계자에게 다리에 관한 설명도 듣고, 내가 가르쳐서 원투제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엄지 손가락을 무작위로 들어올려 그 총합의 숫자를 맞게 예측한 사람에게 손등을 맞는 원투제로 게임은 작년 이맘때 코난군이 고모로부터 배운 것인데, 이 날 친구들에게 가르쳐주어서 함께 재미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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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그치기는 커녕 더 심하게 내리니 어쩔 수 없이 다리 구경을 나섰다.

비옷을 가져온 아이들이 몇 명 있었고 나처럼 우산을 가져온 부모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수가 역부족이라 아이들 모두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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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면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가 아치 모양을 이루고 있는 장엄한 자연경관은 현대인만 감동시킨 것이 아니라서, 옛날에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 (아메리칸 인디언) 들은 이 장소를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토마스 제퍼슨의 아버지인 피터 제퍼슨이 이 바위를 포함한 계곡 주위의 모든 땅을 구입했는데, 그 가치를 지금의 화폐로 환산하면 2에서 200달러 사이라고 하니, 미국 건국 초창기의 무주공산 시절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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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원래 이 곳에 살았던 원주민의 삶을 기리기 위해 이런 곳도 만들어두었다.

원주민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직접 화살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거나 사냥한 동물 가죽을 손질하는 법들 보여주는 등 원래는 볼거리가 많았겠으나 비가 오니 그 모든 활동이 중단되고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전시된 물건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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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코난군 셔츠는 땀이나 물에 젖은 것이 아니고 비를 맞아 젖은 것이다.

머리에 쓴 모자도 흔들면 빗물이 떨어질 정도로 많이 젖었다.

그래도 즐거운 견학이었다.

 

 

2018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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