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도착해서 첫 날은 호텔에 체크인 하고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봐다가 라면을 끓여먹는 등의 일로 보냈고, 다음날 아침부터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밴쿠버에서는 핸드폰을 자칫 잘못 열었다가는 국제전화 및 해외 로밍 비용을 내야 하는 일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무료 와이파이로 사전에 단단히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기록한 다음에 길을 나섰다.
우리 호텔 바로 앞이 마침 카필라노 흔들다리로 가는 무료 셔틀이 정차하는 곳이라서 좋았다.
카필라노 흔들다리는 깊은 산중에 있기 때문에 시내의 곳곳을 이런 셔틀이 돌면서 관광객을 태워간다.
셔틀 안에서 입장권을 미리 구입할 수도 있어서 나중에 도착해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좋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아빠가 운전을 전혀 안하니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더욱 가족만의시간을 오붓하게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에 가족 여행의 운전사를 항상 맡고 있는 남편은, 처음에는 각종 다른 종류의 대중교통 수단을이용하는 것이 직접 지도를 보며 운전해서 길을 찾아가는 것보다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으나, 나중에는 아이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는 등 잘 적응을 했다.
평소에 스쿨버스 말고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우리 아이들은 기차, 전철, 버스, 셔틀 안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아빠 차 안에서 하듯 장난을 치곤 해서 내가 계속 주의를 주어야 했다.
이번에 대중교통 이용하기 연습을 처음으로 아주 잘 한 셈이다 🙂
밴쿠버 시내의 북쪽의 사자 대교를 건너 북 밴쿠버로 건너가서도 셔틀은 구비구비 산골로 들어갔다.
마침내 흔들다리 입구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무료로 일회용 우의를 나누어 주었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여행을 대비하기 위해서 아이키아에 가서 10달러 짜리 쓸만한 우의를 사서 가지고 갔지만 그건 아끼느라 넣어두고 제공받은 우의를 입었다.
그리고 흔들다리로 가는데, 그 높이와 길이가 헉 소리 나게 큰 규모였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가물가물하게 다리 저쪽이 보인다.
실제로 다리 위에서 걸음을 조금 세게 내딛으면 다리 전체가 흔들흔들 하고 울려서 제법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둘리양이 겁을 먹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씩씩하게 흔들다리를 즐기며 건넜다.
이 다리 아래로는 까마득하게 멀리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캐나다의 웅장한 대자연을 약간이나마 맛을 본 것이다.
다리를 건넌 후에도 이런 나무 다리 산책로가 아주 많이 있었는데, 숲이 어찌나 울창하게 우거졌는지, 나무 한 그루가 우리 가족 모두가 둘러싸도 품을 수 없을 만큼 컸다.
위의 사진을 카메라 렌즈로 최대한 줌인 해서 찍으니 이렇게 보였다.
이런 크고 작은 산책 다리는 모두 원목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아래 사진 왼쪽에 보이듯 구부러진나무를 그대로 이용해서 멋진 계단 난간을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우중 산책을 조금 하다보니 산장처럼 생긴 매점 간판에 핫 초콜렛 이라고 쓰인 문구에 아이들이 현혹당했다.
숲속에 비가 오니 으슬으슬한 느낌도 들고,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고 싶기도 해서 핫 초콜렛을 사주려고 하니, 막상 주문할 차례가 되자 아이들은 핫초콜렛 말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애들은 역시나 몸에 열이 많은가보다.
관광지 – 그것도 깊은 산중에 있는 – 매점 치고는 음식 값을 바가지 씌우지도 않았고 아이스크림과 커피의 맛도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테이블 위로 다람쥐가 올라왔다가 도망가지도 않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신기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웅장한 대자연을 나무 다리로 산책하며 눈으로 보고 호흡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곳곳에 여러 가지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여기는 숲속 산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점에 있는 오두막인데, 여기서 학습지를 받아서 산책을 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다 찾아오면 상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했다.
학습지에 적힌 질문은 대략,
오늘의 기온과 기상, 풍속, 기압, 등의 수치를 기록하라거나…
또 한참 나무 다리를 걸어다가다 다른 곳에서는
이 숲 속에 살고 있는 세 가지 새의 이름과 크기 등을 알아내기…
새를 직접 관찰하기…
주요 수목의 종류 이름 알아내기…
등등이 있었다.
미션을 모두 완성하고 숲속 탐사 전문가 라는 문구가 새겨진 뱃지를 상으로 받았음을 물론이다 🙂
흔들 다리를 다시 건너오니 선물가게 앞에서 큰 곰이 서있었다.
기념 사진만 찍고 아이들은 뭘 사달라고 조르지 않고 얌전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착한 녀석들…
다음 코스는 클리프 워크, 절벽 산책로였다.
실제로 깍아지른 절벽 옆으로 이렇게 다리를 놓아 산책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길이었다.
저 발 아래는 얼마나 까마득히 멀어 보이던지…
간이 작은 사람은 숨이 가빠지거나 현기증을 느낄만 해보였다.
하지만 모험심 가득한 코난군과 말괄랼이 둘리양은 겁도 안내고 신이 나서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두 아이들이 서있는 곳 뒤로 멀리 보이는 계곡을 보면 여기가 얼마나 높은 벼랑인지 알 수 있다.
이 산책로에도 캐나다 자연환경 – 특히 이 숲 – 에 대한 교육적 정보를 곳곳에 잘 전시해두었는데, 코난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빗물에 오랜 세월 흐르면서 바위를 얼마만큼 깎아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어른들에게도 – 특히나 우리같은 관광객들 – 단순히 산이 깊다, 나무가 울창하다, 등의 느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산악 지형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주요 서식 동물과 식물의 이름이나 특징을 배울 수 있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이 되게 해주었다.
캐나다는 추운 지방이라서 나무가 아주 단단하게 자라고 그래서 목재의 활용도가 무척 높다는 것을 배웠다.
2018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