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나흘째 구경을 다니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곳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놀이터나 분수대, 괴목이 뻗은 숲길 산책 등은 좋아하지만, 돈을 내고 입장해서 볼거리가 빽빽히 나열된 박물관이나 수족관은 금새 지쳐서 흥미를 잃었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볼거리가 한정된 공간에 집약적으로 모여있으니 심리적으로 압도되어서 피로감이 몰려와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반해 부모 입장에서는 입장료를 내고 하는 구경이니 본전 생각에 아이들에게 이것도 봐라, 저것도 봐라, 하면서 그 압도된 심리에 더욱 부담을 주었으니… 아이들이 별로 재미없어 하는 것이이해가 되기는 했다.
그래서 밴쿠버 여행으로는 마지막 날인 일요일은 입장료가 없는 곳을 다니기로 했다 🙂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을 기념하여 1939년에 조성된 퀸 엘리자베스 공원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20분쯤 남쪽으로 내려간 곳에 있었다.
전날에 돌아본 스탠리 공원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이지만, 크고 작은 식물원과 온실 돔, 분수대, 갖가지 스포츠 시설과 레스토랑 등을 갖춘 큰 공원이었다.
이 곳은 밴쿠버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전망대를 갖추고 있어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유명한 곳이라고도 한다.
영국 왕실의 상징인 장미를 품종별로 여러 가지 심어서 가꾸어놓은 장미 정원에서 꽃구경을 실컷 하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았다.
장미정원은 5-6월에만 한시적으로 꾸며놓은 듯, 우리가 방문한 7월 1일은 꽃이 저물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 예뻐서 꽃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꽃도 있었고…
신기한 색깔의 꽃도 있었다.
장미 정원 말고도 대식물원과 소식물원이 있었는데 잘 가꾸어 놓아서 산책하며 구경하니 참 좋았다.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꽃…
이런 아줌마 꽃도 ㅋㅋㅋ
원래는 채석장이었던 언덕을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작은 언덕이 곳곳에 있어서 이렇게 까마득히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았다.
예술작품이 전시된 곳도 있었는데,
제목과 작가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우리 사랑 영원히! 이런 주제로 철제 사람 형상을 세운 뒤, 사랑하는 남녀 (혹은 남남 또는 여여도 가능하겠지 🙂 의 이름을 새긴 자물쇠를 조각상에 채우고 그 열쇠는 뒤에 마련된 봉인된 상자에 넣어버려서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남아있게 하는일종의 행위예술이 가미된 작품이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자물쇠를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원 안의 어떤 곳은 작은 연못을 끼고 피크닉을 하도록 마련되어 있기도 했는데, 우리 가족은 여기서 점심으로 빵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연못에 사는 오리들이 따라와서 빵을 구걸하기도 했는데, 아기 오리들이 무척 귀여웠다.
작은 다리 위 아래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어달라던 아이들.
피곤해진 둘리양이 간간이 떼를 쓰기는 했지만, 탁 트인 공원에서 자유롭게 걷고 뛰어다니게 하니 박물관이나 수족관 같은 곳에서 보다는 아이들이 더 즐거워했다.
전날 스탠리 공원의 수족관에서 둘리양은 밴쿠버 기념으로 핑크색 해달 인형을 구입했는데, 다음날 내내 안고 다니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신기하게 굽은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이불 만큼 큰 식물 이파리 위에 핑키 (핑크색 해달이라서 붙여준 이름)를 얹어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면에 코난군은 아직도 밴쿠버 기념품을 고르지 못해서 고심하고 있었다.
만 열 살이 되고보니 어떤 것은 너무 유치해 보여서 싫고, 또 밴쿠버 라는 곳과 관련지을 수 있는, 의미있는 것을 고르고 싶고, 이미 가지고 있는 품목과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색상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야 하며, 아직도 여행의 일정이 많이 남았으니 너무 무겁거나 부피가 크면 안되고…
가리고 따져야 할 것이 많으니 여행 기념 상품 하나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코난군의 여행 기념품은 다음 글에 나온다 🙂
2018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