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09-2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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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오른 남북 정상

식중독으로 고생함

동료 교수 간병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맑음

 

지난 주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스케줄 꼬임이 이제야 다 풀려서 제대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화요일 오후에 먹은 음식이 탈을 내서 수요일 내내 앓아 누웠다가 목요일인 오늘도 아침 나절은 누워있다가 오후에야 출근을 했다.

몸이 아파서 누워있는 와중에 유튜브로 남북 정상 회담 소식을 보고, 백두산 경치까지 구경을 하니, 몸은 아파도 기분은 좋은 그런 묘한 경험을 했다.

백두산에서 자라는 만병초가 문대통령 마당에도 있다고 하니, 그게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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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핀 만병초 꽃이다.

워낙 높은 산이라서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이렇게 바닥에 붙은 작은 식물들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월요일 저녁에 이화정 선생님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는데, 우리 학교 음악치료 전공 교수로 작년에 온 장세경 선생이 뇌종양 수술을 받았는데 퇴원하고난 이후 24시간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화정 선생님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이화정 선생님이 강의가 있는 시간 동안에는 환자를 혼자 두게 할 수 없으니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장세경 선생은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고 평소에 씩씩하고 쾌활한 사람이어서, 그런 중병에 걸리고 뇌수술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월요일 밤에 얼른 죽을 몇 가지 끓여서 가져다 주고, 수요일 오전에는 내가 장세경 선생 곁을 지키겠다는 의논을 했다.

 

화요일

아침에 미팅이 있었고,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강의 시간이 이어졌다.

세 시간 짜리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침식사는 원래 안하는데, 이 날은 점심 식사도 걸렀으니,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학교 식당에서 구입한 중국식 볶음밥을 첫 끼니로 먹었다.

그런데 그 포장 음식이 무언가 신선하지 못했던지, 식사 후 두어 시간이 지나고부터 설사를 심하게했고, 밤에는 온몸에 통증이 느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요일

아침에 아이들 등교를 시켜놓고 이화정 선생님 집으로 가서 장세경 선생을 보살피다가 오후에는 강의를 하기 위해 출근하고, 다시 저녁에는 아이들을 픽업해서 장세경 선생을 들여다 보기로 정해져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간병을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

도저히 세 시간 동안 서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강의는 휴강을 시켜놓고,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먹으라고 해서 등교시키고, 장세경 선생을 보러 갔다.

환자는 원래가 씩씩한 사람이라, 혼자 일어나서 걸어다니기도 하고 스스로 약을 챙겨 먹는 것도 잘하고 있어서, 내가 달리 해줄 일은 없고, 소파에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가 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다.

뇌수술 이후에 부작용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서 환자 옆에 누군가가 항상 있어야 하는 것이니, 배탈이 나서 골골거리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 간병인과 교대를 하고 병원에 가니, 의사가 진단하기를 다행히 바이러스는 아니고 단순한 식중독이라고 했다.

수술후 회복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 아닌가 했던 걱정이 사라졌다.

 

오늘은 저녁 수업이 있어서 아침 늦게까지 누워서 쉬다가 오후에 출근을 했다.

마침 수업도 시험 감독만 하면 되니 말을 많이 하거나 오래 서있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내일은 회의 하나만 참석하면 되고, 토요일은 둘리양 친구들을 초대한 파티가 있다.

이제 설사와 구토감은 완전히 멈추었으나, 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무얼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만 해도 몹시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서 도리질을 하게 된다.

이 참에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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