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주 올랜도 근방에는 디즈니 월드가 있는데, 서부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달리, 두 개의 물놀이 공원과 네 개의 테마놀이공원이 포함되어 있는 어마무지하게 큰 규모이다.
디즈니 월드 자체가 두 개의 도시에 걸쳐 위치하고 있는데 (베이 레이크 와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 라는 도시인데, 사실상 디즈니 공원 말고 다른 것은 없다), 이게 서울시의 6분의 1 에 해당하는 면적이라고 한다.
그 중에 이번 여행에서는 애니멀 킹덤과 매직킹덤, 그리고 물놀이 공원인 블리자드 비치를 갔다.
애니멀 킹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원과 비슷한 곳인데, 동물을 구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도 있고, 뮤지컬을 공연하기도 한다.
동물을 테마로 한 거대한 놀이공원이라고 쓰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애니멀 킹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의 몸통에 여러 가지 동물이 새겨져 있다.
즉, 진짜가 아닌 가짜 나무이다 🙂
명색이 동물의 왕국이니 사파리를 타고 돌며 동물 구경을 해주어야 제 맛!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다는 바오밥 나무도 있고, 사자, 코끼리, 기린, 코뿔소, 악어, 등등 수십 여 종의 동물들이 우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면서 살고 있는 곳을 사파리 차를 타고 이동하며 구경한다.
실제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분리가 되어있는데, 사파리차가 지나갈 때는 출입문이 열리지만 평소에는 동물 구역 사이에 전기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큰 동물들이 충분히 뛰어놀고 생활할 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을 마련해두어서 차를 타고 한참을 돌며 구경을 해야 한다.
동물원에서 맡게 되는 배설물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세계에서 애니멀 킹덤이 가장 큰 놀이공원이라고 한다.
면적이 70만평 (230헥타르) 라고 하는데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 넓이이다.
사파리 말고도 애니멀 킹덤에는 아프리카 지역, 아시아 지역, 등으로 구분해서 그 지역을 실제와 비슷하게 재현해놓고 관련된 자연환경을 전시하거나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해두었다.
위의 사진에서 아이들 뒤로 보이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히말라야 산이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구경할 것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다.
롤러코스터, 배를 타고 흐르는 물위를 유람하는 것, 입체영화, 등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많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애니멀 킹덤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아바타의 장면을 재연해놓은 판도라 공원이었다.
아바타 영화에서는 먼 미래에 인간이 판도라 행성에 가서 필요한 광물을 채취해오는데, 그 행성에는 공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자연 환경이 지구와 사뭇 달라서 진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인간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판도라 행성인인 아바타에게 자신의 신경망을 연결해서 실제 사람은 안전한 시설 내에 잠들듯 누워있고, 연결된 아바타가 바깥으로 나가서 광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새를 타고 날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20세기 Fox 사에 만들었지만, 아바타 테마에 대해서 계약을 한 후에 애니멀 킹덤에 판도라 공원을 만들었다. 올 초에 20세기 Fox 사가 디즈니로 넘어가서, 앞으로 아바타 2는 디즈니가만들 예정이다.
2017년에 새로 만들어진 곳이라 인기가 많아서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서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곳이 무척 좋은 어트랙션이라는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체험을 하는 곳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채, 긴 줄에 서서 자그마치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다행히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 보이는 풍경이 외계 행성처럼 인기하고 멋져서 지루함이 덜했다.
무더운 플로리다의 날씨이지만 곳곳에 대형 선풍기를 마련해두기도 하고, 동굴처럼 꾸며진 실내 공간에서 줄을 서는 동안에는 에어컨도 시원하게 가동되었다.
무척 신기하게 생겨서 가짜인가? 하고 들여다보거나 만져보면 진짜인 식물들도 있었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진짜겠거니 했다가 다시 보니 가짜인 것들도 있었다.
고사리와 토란은 가짜처럼 보이는 진짜 식물이었는데, 그 잎사귀가 신기하게 생겨서 미국인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겠으나, 나와 시누이는 저것으로 육개장을 끓여서 국밥을 말아 먹으면 참 좋겠다는 농담을 하며 며칠째 느끼한 미국음식을 먹은 속을 달래었다 ㅎㅎㅎ
판도라 행성안에 지구인들이 마련한 아바타 연구실이다.
이 연구실은 지구인에게 해로운 판도라 행성의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공기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시설인데 – 영화에서 그렇게 나오므로 여기 시설에서도 외부공기가 차단된다는 표지를 세워두었다 – 코난군은 공기차단 문이 너무 허술하다며 옥에 티를 발견해내기도 했다.
영화속 장면과 똑같이 생긴 연구소를 구경하느라 줄이 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실험실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아바타
가장 적합한 지구인과 연결되어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한다.
이 실험실 구경을 마치면 관람객인 우리를 유전자 스캔해서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아바타를 지정해준다 – 고 믿도록 여러 가지 장치가 되어 있어서 마치 자신이 영화속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해서 아바타와 일체가 된 관람객은 3-D 안경을 쓰고 오토바이처럼 생긴 놀이기구에 올라타게 되는데, 가상현실체험으로 큰 새의 등에 올라타고 판도라 행성의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새의 날개짓에 따라 오토바이 같은 놀이기구가 움찔움찔 하며 움직이고, 안경으로 보이는 가상현실 장면이 하늘로 솟아오르다가 바닷물에 빠질 것처럼 급하강 하기도 하며, 옆에 지나가는 다른 새의 날개에서 전해지는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바타 영화를 본 적 없는 시어머니도 정말로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체험을 했다며 좋아하셨다.
두 시간 동안 다리 아프게 기다린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만큼 대단히 훌륭한 체험이었다.
2019년 5월 23일
사족:
이 날도 오락가락하며 비가 내렸는데, 일회용 우비를 준비해가서 그럭저럭 잘 버티며 구경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에 심한 폭우가 쏟아져서 지붕이 있는 곳이었지만 옆에서 비가 들이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도록 혼란스런 식사를 했다.
제법 맛있는 바베큐 요리였지만 사진 하나 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