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코난군이 2학년이 되었을 때, “엄마는 초등학교 2학년인 코난군이 참 좋아!” 하고 말했던 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2학년이 되면서부터 코난군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서 엄마인 나를 무척 편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순하고 점잖은 코난군과 달리, 언제나 애기 노릇에다 엄마를 심하게 힘들게 만들던 둘리양도 마침내 2학년이 되고나니, 이렇게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나 나의 최애 학년은 초등 2학년이다 🙂
어느날 둘리양이 혼자서 쓱삭슥삭 그린 그림이다.
정육면체 그리는 방법을 순서대로 설명한 것이다.
정사각형 두 개를 일부 겹치게 그린 다음 네 개의 꼭지점을 연결하면 된다고 한다.
요즘 우리 부부가 새 집 짓는 일로 자주 건축 도면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둘리양도 자연스럽게, 평면도에서 어디가 자기 방이고 어디가 자기 화장실인지를 찾아보거나, 평면도 상에서 보이는 넓이가 실제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 넓이가 되는지를 가늠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것 같다.
하나의 모형을 어떤 각도에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순전히 자기 머릿속으로 생각해내고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었는데, 아래의 동그라미 그림은 2차원과 3차원의 형상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제법 잘 그렸다.
3차원의 구슬모양은 빛이 반사되어 보이고 있다.
2학년이 되고부터는 샤워를 할 때 엄마가 샤워기를 틀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엊그제 부터는 심지어 물을 트는 것도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키가 작아서 샤워기를 자유자재로 고리에 걸었다 뺐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샤워기를 꼭지에 고정시켜놓고 샤워를 해야 하는데, 둘리양이 직접 물을 틀면 꼭지를 트는 순간 머리위로 찬물이 쏟아지고, 그 당황스런 느낌이 싫어서 늘 엄마에게 물을 틀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용기를 내어 – 몸을 옆으로 비트는 요령도 부리고 – 혼자서 물을 틀고 잠그고 하는 것을 하게 된 것이다.
어제는 일요일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둘리양과 단둘이 동네 카페에서 데이트를 했다.
2학년 담임인 메도우스 선생님이 반 아이들 모두에게 무료 쿠폰을 나눠주어서 그걸 사용하러 간 것이다.
엄마와 깔맞춤해서 예쁜 블라우스를 입고 햇살이 쏟아지는 카페 창가에 앉아서 나는 커피를, 둘리양은 치킨숩 세트 메뉴를 먹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이 고마워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오늘 월요일 이른 아침에 출근하신 메도우스 선생님이 이메일 고맙다며 답장을 보내주셨다.
아직까지도 애기 흉내를 내며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샤워도 할 수 있고, 머리카락도 혼자 묶을 수 있고, 엄마와 수준높은 대화도 할 수 있는 초등 2학년 둘리양!
많이 자라서 정말 고맙다.
2019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