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일요일 동안에 매릴랜드에 사는 코난 아범의 친구 집에 다녀왔다. 마산고 동창인 친구네 가족과는 수십년째 친한 사이이고, 마침 우리집 코난군과 그 집 막내 아들이 동갑이어서 더욱 친하게 여겨지는 가족이다. 이 가족 덕분에 알게된 또다른 분으로부터 중고 바이올린을 구입하게 되어 주말 동안에 머나먼 길을 운전해온 것이다.
노던 버지니아 한인 타운에 도착해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먹고 바이올린을 픽업하고 매릴랜드 친구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묵으며 즐겁게 지내고 다음날 한국 마트에서 식량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즐거웠지만 코난군과 유근이는 어쩐지 서먹하고 어색하게 각자 전화기를 붙잡고 보기만 했다. 어릴 때는 둘이 잘 뛰어놀았는데 오랜만에 만나 어색하기도 하고 또 이제 나이를 좀 먹었다고 점잖아져서 그런가보다. 둘리양은 다경이 언니와 놀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다경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어른이다 ㅎㅎㅎ), 멍멍이 코즈모와 노는 것도 금새 싫증이 났는지 조금 지루해 했다. 왕복 열 시간 이상 차를 타는 것과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이 불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매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우리 동네 몽고메리 카운티에 비하면 아주 큰 도시이고 (매릴랜드와 버니지아 주에 각기 몽고메리 카운티가 있다. 우리 두 가족이 같은 이름의 카운티에 사는 것도 재미있는 우연이다.)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지 이런 해산물 음식점이 많이 있다고 한다. 뉴올리언즈 스타일로 얼큰한 케이준 양념을 넣고 찐 해산물 요리를 주문해서 픽업해 왔다. 해산물 말고도 감자와 옥수수와 소세지를 같이 익혀서 함께 먹는데, 먹다가 옷을 버리지 않도록 비닐 앞치마와 비닐 장갑도 준다. 아이들끼리 한 테이블에 앉고 어른들끼리 한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해산물을 까먹으니 시간이 즐겁게 흘러갔다.
아주 많은 양이었지만 깨끗하게 다 먹고 쟁반에는 얼큰한 양념 국물이 남았다. 짬뽕 국물처럼 진한 해산물 국물이 아까워서 여기에 밥을 비벼 먹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유근아범 님이 그 자리에서 바로 볶음밥을 요리했다. 한국 사람들은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그 국물에 밥을 볶아 마무리를 해야 완벽한 식사를 마친 느낌이 든다며 우리끼리 웃었다.
식사 후에도 계속해서 아이스크림과 과일과 먹을 것 마실 것을 내어와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근사한 아침밥을 얻어 먹고 노던버지니아 한인 마트에 와서 장을 보고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차를 타는 수고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플레이 데이트 때문에 아이들은 다소 재미없거나 불편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철든 코난군은 그래도 맛있는 것도 사먹고 재미도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2022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