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82쿡 키친토크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늘 그러하듯 명왕성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우리 동네가 머나먼 곳이라는 너스레를 떨었다. 댓글 중에 김장 배추 사러 가는 길이 편도 운전 네 시간이 걸리다니, 한반도 내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라는 글이 있었다. 그 댓글을 읽다보니 호기심이 생겨서, 마침 방학이라 시간도 많으니 인터넷으로 지도 검색을 해보았다.
우리 동네에서 노던 버지니아 한인 타운 에이치마트 까지 가려면 400 킬로미터를 네 시간 동안 운전해야 한다. 한국에서라면 강원도 철원에서 부산까지 직선 거리가 368 킬로미터라고 한다. 값싸고 싱싱한 배추와 무를 사러 매년 가을마다 가는 거리가 철원에서 부산보다 더 먼 거리이다!

버지니아 주 전체 면적이 11만 제곱 킬로미터인데 남한의 면적이 10만 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버지니아 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크지 않은 편이니, 한국과 미국의 국토 크기 차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주거지 형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집이 위치한 킵스팜 주택단지는 2016년에 타운의 허가를 받았고 건축을 시작한 것은 2017년, 우리 가족이 입주한 2020년에는 59가구가 모두 입주를 완료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단지 전체의 면적이 64에이커, 환산하면 7만 8천 평, 26만 제곱미터이다.

이 단지 안에는 59채의 단독 주택이 있는데 대략 집 한 채가 자리한 면적이 400-900평 정도에 건물 내부 면적은 85-140평 사이 이다. 우리집은 대략 400평 (1300제곱미터) 대지에 110평 (360제곱미터) 건물 면적이다.
이 정도의 면적이 한국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크기일지 궁금해서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 면적을 검색해 보았다.


반포 자이 아파트 단지 전체 면적이 20만 제곱미터라고 하니, 우리 동네 킵스팜 보다 6만 제곱미터 작은 크기이다. 그런데 그 면적 안에 무려 44개 동이 지어졌고 3천 세대가 입주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략 잔잔한 숫자는 떼버리고 계산해봐도 같은 면적 안에 59세대와 3천 세대가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다.

위의 반포 아파트 주변 풍경과 사뭇 다르다 🙂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디즈니 크루즈를 타러 가는데, 거기까지 거리는 이만큼이다.

이 거리가 얼마쯤 될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서울에서 도쿄까지 직선거리와 비슷하다.
부산에서 하얼빈까지 거리도 1,190킬로미터로 비슷한 거리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하얼빈으로 이주했던 조상님들은 교통수단이 지금보다 불편했을텐데 이동하는 일만으로도 고생이 많으셨겠다 🙂

2024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