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의 강의 후에 첫 시험을 보는게 아니라 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내가 시험을 보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나의 시험을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듯하다는 것이다.
다들 어렵다고 생각하는 물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시험을 지루한 계산보다는 컨셉을 묻는 것을 많이 하자고 생각하고 시험을 냈는데 정작 너무 쉽지 않냐는 생각이 너무 든다.
문제를 내면서 생각이 여러번극과 극을 오갔다.
이렇게 하면 너무 쉽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며.
금요일 오후에 시험을 볼 수 없는 학생들은 월요일 오전 7시에 시험을 보는데 감독을 내가 자청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교수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시험도 내가 나눠주게 된다. 궁금해서 다른 교수들의 시험을 보았더니, 내가 낸 시험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았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
너무 변별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하지만 속단하지는 말자. 결과를 보면 실망을 할지도 모르니까.
한 학기에 딱 한 번 혹은 두 번 보는 시험이 아니라면, 난이도와 변별력 조절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요.
나는 시험 감독하러 들어가서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맛있더라… 끙끙대며 시험보는 학생들을 보면 옛날 내 생각도 나고… 한 문제라도 더 맞겠다고 끝까지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는 학생들은 애처로와 보이기까지…
잘지내고 있니?
지난 7월에 휴대 전화를 잃어버려 알고 있는 모든 전화 번호를 날렸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게로 연락을 미루어 오다. 새해 인사를 하려고 해도 번호가 없네. 시간나면 전화 한통 날려라 어찌 사는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