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미국 유아교육 연합회의 지역 분회(라고나 할까?)가 해마다 개최하는 컨퍼런스가 있었다. 해마다 미국내 대도시를 돌아가며 하는 내셔널 컨퍼런스에 비하면 자그마한 규모이지만, 그래도 30여 명의 프리젠터를 초빙하고 25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웍샵에 참가하는 일이라, 그 모든 일정과 시설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과 재작년엔 프리젠터로 참여하는데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그 행사의 의장이 되어 지난 여름부터 몇 달 동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바빴었다. 공동 의장인 헤드스타트 교육전문가 셸리는 주로 회계관리를 했고, 나는 발표자 선발과 장소 선정, 일과 운영 등의 행정을 맡아서 일했는데, 거기다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발표도 시키고 자원봉사도 시키기 위해 훈련하느라 네 과목을 가르치는 일주일이 짧기만 했다.
그 길고도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컨퍼런스 하루 전날… 그 날은 우리 학과 전체 교수회의가 있는 날이었고, 그 회의 직전엔 산부인과 정기 검진 예약이 잡혀있었고, 또 그 전엔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강의를 끝내고 병원으로 갔더니 금요일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교수회의에 15분 가량 지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 학과 전체 교수회의에는 3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살짝 늦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기에, 한 번도 회의에 지각해본 적이 없는 나는 괜찮겠지 하고 차를 몰아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어쩐 일인지 동료 교수 섀런이 두 번이나 셀폰으로 전화를 하고, 왜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아직 오지않느냐, 지금 어디에 있는거냐, 라는 독촉 메세지를 남기는 등 난리가 난 것이었다.
그 날 회의에서 내가 맡은 중요한 임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시간씩 늦은 것도 아닌데, 게다가 아침도 점심도 못먹고 달려가고 있는 사람에게 왜이리 안달일까 하면서 조급한 마음으로 들어간 회의실…
“써프라이즈~~”
동료 교수가 직접 굽고 예쁘게 장식한 곰인형 모양의 케익, 손재주 많은 할머니 교수가 손수 수놓아 만든 애기 이불, 한 푼 두 푼씩 모아서 만든 금일봉…
깜짝쑈를 시작해야 하는데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으니 애가 타기도 했을 것이다.
정성과 사랑에 감동은 받았으나, 내 정신은 온통 다음날 있을 컨퍼런스 준비에 가있어서 얼떨떨하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선물을 받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대망의 컨퍼런스를 무사히, 사실은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 주간 동안은 그 동안 미루어왔던 다른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그리고 다시 주말이 왔다…
아… 긴 숨 한 번 내쉬고…
오늘에서야 동료 교수들에게 지난 번 베이베샤워에 감사한다고, 그리고 컨퍼런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감사인사를 하게 되었다고, 전체 메일을 보냈다.
오늘 아침엔 조지아 대학교 지도교수이신 프릿쳇 선생님이 보내신 애기 선물도 받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 나 자신인지, 태어날 애기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사랑의 홍수에 빠져 허덕이는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참 행복해 보인다.
학과 비서이자 교수부인이기도 한 린다가 보낸 이메일의 한 귀절이 나를 또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It is a pleasure everyday to come to work here with you! I so appreciated your bright smile and kind demeanor.
Your little boy is so fortunate to have such a lovely person for his mother.
I have been so glad to be able to be here and share in this special time for you.
사랑받으며 산다는 것…
그건 아주 기분좋은 일이다…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