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 생일 축하 이야기 – 학교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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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생을 6년씩이나 살았다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게 많아서 이번 생일은 이렇게 저렇게 하자며 스스로 열심히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던 둘리양의 생일이 마침내 왔다!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다 그럴싸하고 좋은 계획이라, 대부분 다 들어주고 몇 가지 부분은 토론으로 조율해서 금요일의 학교 버전 생일축하와 토요일의 수영장 파티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학급의 친구들이 21명에다 선생님까지 해서 모두 22개의 컵케익이 필요한데, 그 중에 남자 아이들은 몇 명이고 여자는 몇 명이며, 아이싱을 싫어하는 아이와 식용색소에 알러지가 있는 아이를 고려해서 핑크색 컵케익은 몇 개, 파란색 컵케익은 몇 개가 필요한지를 계산한 것은 둘리양이었다.

참 대견스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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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줄에 아이싱 없는 컵케익이 앞서 말한 알러지가 있거나 아이싱을 싫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따로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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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익 위에 장식으로 꽂은 것은 둘리양이 직접 만든 것인데, 나와 함께 아마존 닷 컴을 이리저리 검색해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고 비싸기만 해서 둘리양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렇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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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전 날 저녁에 둘리양과 함께 케익을 구워서 준비해 두었는데, 둘리양이 갑자기 자기가 케익을들고 가지 않고 엄마가 직접 가지고 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아마도 반 친구들 중에 엄마가 직접 왔던 일이 있었나보다.

마침 내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금요일 오전에 별다른 약속이 없어서 오전 간식 시간인 10시 30분 경에 내가 컵케익을 가지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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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둘리양을 잘 가르쳐주시고 많이 예뻐해주신 킨더가든 선생님들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코난군의 담임이기도 했던 윌리스 선생님은 언제나 둘리양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이웃 두 반의 선생님들도 그룹을 나누어 각기 다른 과목을 둘리양에게 가르쳐 주시기 때문에 고마운 분들이다.

게다가 버지니아 공대 교수직을 은퇴한 이후로 수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킨더가든 클래스에 출근해서 아이들을 도와주시는 자원봉사 미스터 레이 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여담인데, 미스터 레이는 얼마 전에 길벗 초등학교 바이올린 교실에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여러 대 기증해서 보다 많은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 덕에 우리 코난군도 악기를 사거나 대여하지 않고 레슨을 받을 수 있었으니 무척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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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목요일 밤에 만두 속을 만들어놓고 금요일 아침에 부지런히 만두를 빚어 튀겨서 선생님들에게 드릴 만두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미국인들이 내가 만든 한국음식을 혹시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우려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내가 만든 튀김 만두에 대해 극찬을 해주는 미국인들이 많아져서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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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컵케익을 가지고 가니 둘리양이 자랑스러워하며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생일의 주인공인 둘리양이 먼저 한 입 먹어야 한다고 윌리스 선생님이 말씀하셨으나, 쑥쓰러운 둘리양은 케익이 안먹고 싶다고 했다.

내가 아름답게 번역하여, "둘리양은 친구들이 먼저 한 입 먹기를 바란다"고 선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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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만두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궁금했으나 – 받을 당시에 냄새부터 맛있겠다며 고맙다는 말씀은 여러 차례 하셨다 물론 – 둘리양에게 물어보니 학교에서 안드시고 집에 가지고 가시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 날 만두를 빚은 김에, 재료를 남기면 만두 속은 물이 생겨 질척해지고 만두피는 말라서 못쓰게 되니 남은 재료를 모두 만들어서 내 학교에도 가지고 갔다.

보통 금요일에는 학과 미팅이 있지 않은 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데 그 날 따라 학과 미팅도 없는데 많은 동료들이 출근해서 내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이슬람교도인 남편을 따라 돼지고기를 안먹는 동료를 위해 고기를 빼고 만든 만두를 따로 전해주었는데, 모두가 만두가 놓인 테이블에 둘러서서 즐거워할 때 그 동료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내 마음이 뿌듯했다.

 

 

201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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