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의 새 학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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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새집으로 이사를 할 때는 굳이 둘리양 학교를 전학시킬 생각이 없었다. 단짝 친구인 주주와 헤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어차피 주주와는 같은 반이 될 수 없었고 (주주는 대면 수업을 선택했고 둘리양은 온라인 학급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새로운 친구를 만들게 되었다. 주주와는 아직도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다른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니, 전학을 시켜도 적응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다음 학기에는 내가 이른 아침 수업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둘리양을 매일 학교로 데려다주는 일이 어렵게 되었다. 길벗 학교의 학군을 벗어나 살기 때문에 학교 버스를 태워 보낼 수가 없으니, 내가 차로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아침 8시 강의를 하려면 집에서 7시 15분 전에 출근을 해야 하고, 둘리양은 그보다도 더 전에 학교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 반면에,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시키면 내가 출근하고 없어도 둘리양이 9시쯤 단지 입구까지 혼자 걸어가서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할 수 있다. 내 수업은 화요일과 목요일인데, 화요일은 남편이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을 해주고, 목요일 하루만 둘리양이 혼자 버스를 타러 나가면 된다. 단지 내에 같은 학교 버스를 타는 아이들이 많아서 둘리양이 버스를 타는 것을 이웃이 살펴봐줄 수도 있다.

이 모든 여건을 둘리양에게 설명해주니, 둘리양도 전학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본 프라이스 포크 학교 건물이 멋져보여서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 프라이스 포크 초등학교는 우리집에서 2마일(3.2 킬로미터)이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데, 몇 년 전에 최신식으로 넓게 건축을 했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래드포드 대학교 졸업생으로 아직 젊은 여자 선생님이다. 나와는 교생실습 지도 및 래드포드 대학교 교사교육 프로그램 평가 등의 일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둘리양의 과도한 숫기없음과 조심성 많은 성격을 이메일로 알려드리면서 전학을 하기 전에 미리 학교를 방문해서 돌아보아도 되겠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오늘 방문을 허락해주었다.

최신식 건물인 프라이스 포크 초등학교

10시까지 학교에 가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집에서 9시 45분에 출발했더니 도착해서도 아직 10분이나 여유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둘리양과 함께 건물 바깥쪽을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놀이터가 세 개나 있고, 학교 버스 정거장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안전해 보였다

도서실

로아크 교장 선생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둘리양은 놀랄만큼 처음 보는 교장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잘 했다. 몇 년 전이었다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아무리 친하게 말을 걸어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을텐데 이제 확실히 많이 자랐다.

길벗 초등학교의 도서실에 비하면 4-5배는 큰 규모이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도서관과 강당이 위치하고 있는데, 도서실 규모가 아주 컸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도서 수업 시간에 여기에서 책을 읽고 대출받을 책을 고를 수 있다.

급식실 겸 강당

도서실 옆에는 급식실이 있는데, 학교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강당을 겸하고 있다.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1960년대에 지은 길벗 학교의 강당과 비교하면 크고, 깨끗하고, 밝고, 예쁘다.

4학년 교실로 향하는 복도

도서실과 강당을 나오면 복도가 세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가 실습 지도를 많이 하는 어린 학년의 교실이 있다. 둘리양은 4학년이 될 예정이라서 고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로 걸어갔다. 실습 지도를 갔다가 복도에서 길을 잃은 적이 몇 번 있었을 정도로 내부가 넓다.

음악실
체육실
입구부터 예술적인 미술실

미국의 초등학교는 학과목 수업은 자기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지만, 미술, 음악, 체육, 독서, 컴퓨터 등의 수업은 따로 마련된 교실로 가서 각 교과목 전담 교사로부터 받는다. 둘리양이 아트 수업을 좋아한다고 말하니 로아크 교장 선생님이 “아마 네 마음에 들거야!” 하면서 미술교실로 안내했다.

미술실 내부
도자기를 굽는 가마

거기에는 난생 처음 보는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전기 가마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척 비싸보이는 물건인데 이 물건 덕분에 학생들이 도예 수업을 즐겁게 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도 몇 가지 보여주셨는데 모두 둘리양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이 오피스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실 바깥쪽에 마련된 아트 정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기에서 야외수업을 하기도 한다

미술실 바깥에는 아주 잘 꾸민 정원이 있었는데, 식물과 벤치가 잘 가꾸어져 있어서 여기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미술 수업을 여기에서 하기도 한다고 한다. 야외 풍경 그리기 수업을 하면 참 좋겠다.

컴퓨터와 엔지니어링을 배우는 스템교실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을 앞글자만 따서 스템 이라고 부름)
복도의 바닥과 천장도 멋있다

로아크 교장 선생님은 복도나 교실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우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방학 기간이지만 여름학교 프로그램을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서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있었다. 길벗 학교의 방과후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여기 프라이스 포크 학교에도 있다. 하지만 둘리양은 이제 많이 자라서 이 학교를 다니더라도 방과후교실은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학교 버스를 타고 하교하면 오빠인 코난군이 먼저 집에 돌아와 있으니, 집에서 숙제를 하거나 함께 놀거나 하면 방과후교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극장에서나 볼 법한 멋진 식수대
비가 와도 뛰어놀 수 있고, 야외수업 교실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지붕있는 야외교실

꼼꼼히 학교 시설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거의 30분이 지났다.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자기 업무로 바쁠 교장선생님이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둘리양의 전학을 도와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둘리양은 원래부터 새학교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있었는데 친절한 교장선생님과 함께 멋진 시설을 돌아본 후에는 더더욱 새학교로 전학하는 것을 기대하고 좋아하는 듯 보인다. 올해의 이어북이 여분이 있다며 한 권을 주셨는데 내년에 같이 4학년이 될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미리 익힐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겠다.

오늘은 학교 방문을 하느라 점심 요리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마침 내일 만료되는 쿠폰도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왔다. 온가족이 샌드위치 점심을 먹으며 둘리양의 새학교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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