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알레그로 스트링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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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녹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의 현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트링 캠프를 주최했다. 로아녹 심포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의무는 아니지만 강력히 참가할 것을 권고하는데, 그 이유는 학년말 콘서트에서 연주할 곡을 이 캠프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숙식을 함께 하는 캠프여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며 참여했다고 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캠프를 열지 못했고, 올해에는 숙식은 하지 않고 아침에 모여서 저녁까지만 연습을 하는 일정이 정해졌다.

알레그로 스트링 캠프

평소 유스 오케스트라 연습은 로아녹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하는데, 스트링 캠프는 로아녹 컬리지 라고 하는 사립대학교 캠퍼스에서 했다. 로아녹 컬리지는 평소 연습 장소보다 아주 조금 더 우리 동네와 가까워서 편도 운전 거리가 10분 정도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속도로를 40여분 운전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거리여서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다시 데리러 왔다갔다 하기에는 벅차다. 마침 옆집의 아론과, 다시 연락이 닿게 된 줄리아가 함께 다니게 되어서 세 가족의 부모들이 당번을 정했다.

기독교 제단에서 운영하는 사립대학교인지 교내에 채플이 있었다.

일주일간의 캠프(그래봐야 고작 5일) 동안에 아이들은 수준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뉘어 두세곡을 연습했고 마지막날 저녁에 발표 연주회를 했다. 코난군은 원래 실력으로라면 위에서 두 번 째 그룹 정도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옆집의 아론과 같은 그룹이 되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보다 낮은 그룹으로 편성이 되었다. 자기보다 수준이 낮은 아이들과 연주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콘서트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룹 내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존재가 되어서 그룹의 리더가 되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우와~ 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무슨 일에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너무나 창피해서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코난군이 리더였던 그룹의 연주: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https://youtu.be/IDXBNnkXopY

클래식 음악이지만 현대음악 또는 재즈음악 분위기가 나는 곡: 스윗 앤 라잇 그루비 스트링스 https://youtu.be/aOD6_N1iXrg

바이올린과 비슷하지만 다른 악기 비올라를 배워서 연주한 곡: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G장조 콘체르토 https://youtu.be/Xp7YJUGpe-M

콘서트의 마지막 곡으로 다섯 그룹의 모든 연주자가 함께 연주한 곡: 페스티발 론도 https://youtu.be/8TrgfnZwdO8

줄리아는 엄마가 음악을 전공했고 아빠도 음악에 조예가 깊어서 엔지니어링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공대 교수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레슨을 받아와서 이번 캠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그룹에 들어갔다. 코난군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우리 부부는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고, 살면서 취미로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기 때문에 코난군도 같은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계속하게 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 아이들에게 미술과 운동 한 가지씩을 꾸준히 배우게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과 악기를 잘 하면 대학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레슨을 받게 하는데 (옆집의 아론도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오케스트라 연습까지 운전을 책임지는 코난아범

미국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우리 나라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SAT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나라 보다도 더욱 더 입학 지원의 자유가 많은 나라이고, 큰 국토에 비례해서 아주 많은 대학이 있기 때문에, SAT 점수만으로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에세이를 쓰게 하고, 엑스트라 커리큘럼, 즉 학교 공부 말고 다른 잘 하는 것이 있으면 그 경력을 제출하게 한다. EC 라고 짧게 줄여서 말하는 엑스트라 커리큘럼에 많이들 쓰는 것이 오케스트라 연주활동이나 운동 대회에 나가서 수상한 경력 등이다. 음대나 미대 체대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나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또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하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 악기 레슨을 받게 하고 운동을 배우게들 한다. 그냥 악기를 몇 년 배웠다고만 쓰면 증빙자료가 빈약하니, 여러 콩쿨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게 하거나 수준높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연주활동을 하게 한다.

로아녹 컬리지 캠퍼스를 걷고있는 남매

말할 것도 없이, 공부만 파고드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방면에 재능이 있고,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이 더 바람직한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유명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그런 다양한 면을 심사한다. 그러다보니 중산층 미국인 아이들은 최소한 악기 하나, 운동 하나, 그리고 봉사활동이나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주객이 전도된 경우도 보인다.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면 무슨 악기/ 무슨 운동 종목이 대입에 더 유리하냐고 묻거나, 수상 경력의 갯수만을 단순 비교하면서 이 아이와 저 아이의 하버드 입학 가능성을 따지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런 토론을 보면서 아직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조바심이 나서 자기 아이의 성향과 상관없이 비싼 악기를 구입하고 비싼 레슨을 받게 한다. 싫다는 아이에게 악기 연습이나 운동 연습을 억지로 시키느라 힘들어 하기도 한다.

바이올린과 테니스와 그림을 다 잘하는 코난군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미술과 음악과 운동을 배우게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예술을 즐기는 여유를 누리게 하고 싶어서이고, 즐겁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직업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남는 시간에 악기 연주를 하면서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운 삶일까? 일상에서 옷 한 벌을 구입할 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집을 꾸밀 때, 관광지에서 기념품 하나를 골라 내 집 벽에 걸어둘 때, 그런 사소한 순간에 미적감각이 있다면 시각적으로 즐겁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면 신체가 건강해지고,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도 있다. 직장 생활이나 사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건전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이다.

스트링 프로젝트 콘서트를 마친 후에 우리 가족과 줄리아네 가족은 함께 로아녹의 스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사먹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무제한 스시를 원하는 종류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인데, 생선이 신선하고 밥도 잘 지어서 가격대비 맛이 좋은 곳이다.

스시 레스토랑 사쿠라. 아이들은 벤또 정식을 주문하고 어른들은 무제한 스시 메뉴를 골랐다.
화려한 스시의 자태 🙂 이렇게 멋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봐야 비슷하게 흉내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사먹어야 한다 (는 나의 자기합리화 ㅎㅎㅎ)

2022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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